가장 한국적인 도시, 안동을 걷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방문하여 "가장 한국적인 곳"이라 감탄했던 곳, 안동. 낙동강이 마을을 'S'자로 휘감아 돈다 하여 이름 붙여진 하회(河回)마을은 600년 넘는 전통이 고스란히 살아 숨 쉬는 곳입니다. 기와집과 초가집이 어우러진 옛 골목을 걷다 보면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나온 듯한 기분이 듭니다.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한 번쯤 경험해 볼 만한 고택 스테이와, 입맛을 사로잡는 미식 여행까지, 안동의 깊은 매력 속으로 안내합니다.
1. 하회마을 100배 즐기기
골목길 투어
하회마을은 천천히 걸어야 제맛입니다. 입구에서 전동차를 대여할 수도 있지만, 흙담길을 따라 걷는 도보 여행을 추천합니다. 양반가인 북촌댁, 양진당, 충효당 등의 솟을대문을 감상하고, 서민들의 삶이 깃든 초가집 마당을 기웃거려 보세요. 마을 중앙에 있는 커다란 느티나무(삼신당)에 소원을 적은 종이를 매달아 보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됩니다.
부용대 전망
하회마을의 전경을 한눈에 담고 싶다면 나룻배를 타고 강을 건너 부용대에 올라야 합니다. 64m 높이의 절벽인 부용대 정상에 서면, 물돌이동 하회마을이 연꽃처럼 물 윙 떠 있는 형상을 완벽하게 조망할 수 있습니다. 특히 해 질 녘 노을이 질 때의 풍경은 한 폭의 수묵화처럼 아름답습니다.
하회별신굿탈놀이
마을 내 전수교육관에서는 주말마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인 '하회별신굿탈놀이' 상설 공연이 열립니다. 양반과 선비를 풍자하는 서민들의 해학과 익살은 언어가 통하지 않는 외국인들도 배꼽을 잡게 만듭니다. 관람료는 무료(팁 자율)이니 공연 시간을 미리 확인하고 방문하세요.
2. 하룻밤의 낭만, 고택 스테이
안동 여행의 백미는 고택에서의 하룻밤입니다. 호텔처럼 편리하지는 않습니다. 화장실과 욕실이 외부에 있어 불편할 수 있고, 방음이 완벽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창호지 문 너머로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 처마 끝에 걸린 달, 아침에 문을 열었을 때 코끝에 닿는 차가운 새벽 공기는 그 모든 불편함을 잊게 만듭니다.
- 북촌댁: 2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대표적인 고택으로, 양반가의 품격을 느낄 수 있습니다.
- 옥연정사: 류성룡 선생이 징비록을 집필한 곳으로, 부용대 아래 강변에 위치해 경치가 빼어납니다.
- 락고재: 현대적인 편의 시설을 갖춘 한옥 호텔 스타일로, 초보자도 쉽게 묵을 수 있습니다.
3. 미식의 즐거움: 찜닭과 간고등어
안동 구시장 찜닭 골목
안동에 왔다면 찜닭은 필수입니다. 하회마을에서 버스로 40분 정도 이동하면 안동 구시장이 나옵니다. 이곳에는 수십 개의 찜닭 집이 모여 있는데, 어느 집을 가도 푸짐한 양과 맛을 자랑합니다. 매콤 달콤한 간장 소스에 쫄깃한 당면, 포슬포슬한 감자가 어우러진 맛은 밥 한 공기로는 부족합니다. 여럿이 간다면 '장거리 포장'도 가능하니 숙소에서 야식으로 즐겨보세요.
안동 간고등어 & 헛제사밥
바다가 없는 내륙 지방인 안동에서 생선을 먹기 위해 소금에 절여 보관하던 방식이 '간고등어'의 유래입니다. 짭조름하고 고소한 간고등어구이는 최고의 밥도둑입니다. 제사를 지내지 않고도 제사 음식처럼 비벼 먹는 '헛제사밥'도 담백하고 정갈한 맛으로 인기입니다.
4. 야경 명소: 월영교
저녁 식사 후에는 국내에서 가장 긴 목책 인도교인 월영교를 산책해 보세요. 다리 한가운데 있는 정자(월영정)와 분수가 조명을 받아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강물에 비친 달그림자를 바라보며 연인과 손잡고 걸으면 사랑이 깊어진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문보트(달 모양 보트)를 타고 강 위에서 유유자적 야경을 즐기는 것도 낭만적입니다.
5. 버스 이동 팁
서울(경부/동서울)에서 안동터미널까지는 고속버스로 약 2시간 40분 ~ 3시간 소요됩니다. KTX-이음(청량리-안동, 약 2시간)도 개통되었지만, 버스는 시내 중심 접근성이나 배차 간격 면에서 여전히 경쟁력이 있습니다. 안동터미널에서 하회마을까지는 210번 시내버스를 이용하면 되며(약 40~50분 소요), 배차 간격을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뚜벅이 여행이라면 '안동 시티투어 버스'를 예약하는 것도 효율적인 방법입니다.